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매치업
이번 경기의 무게중심은 결국 실바다.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네 번째 시즌을 맞은 실바는 개막전 한국도로공사전에서 27점, 공격성공률 60%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 MVP의 위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점유율이다. 1세트에는 실바에게 공을 아끼고 2세트부터 비중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운영해, 팀 공격의 절반이 안 되는 몫만 맡기고도 셧아웃을 만들었다. 지난 시즌처럼 실바 혼자 모든 걸 짊어지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한국도로공사에서 건너온 타나차 덕분이다. 타나차는 13점을 보태 레프트의 두 번째 창 역할을 했고, 리시브 라인에서도 한 자리를 맡았다.
IBK는 마나베 감독의 첫 경기부터 판을 바꿨다. 재계약한 빅토리아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돌리고, 일본 출신 아시아쿼터 미와를 반대편 레프트에 세웠다. 빅토리아는 현대건설전에서 양 팀 최다인 21점을 올렸지만 리시브는 단 한 차례만 받았다. 레프트에 서되 서브 리시브에서는 빠지고 공격에 집중하는 구조다. 미와는 화려한 득점보다 블로킹과 기본기로 흐름을 받치는 유형이다.
외국인 선수끼리만 비교하면 실바 쪽이 더 무겁다. 빅토리아는 타점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대건설전에서만 범실 6개를 쏟았고, 승부처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한 방은 아직 실바가 위다. 아시아쿼터 대결은 성격이 다르다. 타나차가 득점을 거드는 쪽이라면 미와는 수비 조직을 다지는 쪽에 가깝고, 이 차이가 서브·리시브 싸움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서브와 리시브 싸움
IBK 리시브의 실제 축은 미와, 아포짓 자리에서 리시브에 가담하는 이소영, 그리고 리베로 임명옥이다. 이소영은 어깨 재활을 마치고 1년여 만에 선발로 돌아와 리시브와 수비로 힘을 보탰고, 임명옥은 현대건설전에서 디그 14개를 걷어내며 통산 1만 2천 디그를 넘어섰다. 경험만 보면 리그 최상급 수비 라인이다. 다만 이소영은 복귀 후 두 번째 경기이고, 미와도 V리그 두 번째 경기라는 점은 변수다.
GS칼텍스가 노릴 곳이 바로 여기다. 실바의 스파이크 서브는 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무기 중 하나이고, GS칼텍스는 개막전에서 서브 에이스 4개를 뽑았다. 실바 서브 차례에 이소영과 미와 사이를 집요하게 두드려 첫 패스를 네트에서 멀어지게 하면, IBK는 빅토리아에게 높은 공을 올리는 단조로운 패턴으로 몰린다. 빅토리아가 리시브에서 빠져 있는 만큼, 흔들릴 때 IBK가 기댈 곳은 빅토리아의 하이볼 하나뿐이다.
반대로 IBK 서브가 GS칼텍스를 흔들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 시즌 두 팀 맞대결에서 GS칼텍스가 무너진 경기는 대개 리시브가 먼저 흔들린 경기였다. 그런데 올 시즌 GS칼텍스는 타나차, 권민지, 리베로 한수진으로 이어지는 리시브 라인이 개막전에서 한국도로공사의 리시브를 30%대에 묶어두고 자신들은 40%대 중반을 지켰다. IBK는 현대건설전 서브 득점이 3개에 그쳤고, 빅토리아의 서브도 12번 중 1번만 득점으로 이어졌다. 서브 압박의 강도는 GS칼텍스가 한 발 앞선다.
세터 운영과 공격 루트
GS칼텍스 세터 김지원은 개막전에서 경기 운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세트마다 실바 비중을 조절했고, 오세연과 최가은 두 미들블로커도 꾸준히 써서 중앙 득점을 챙겼다. 3세트에는 자신이 직접 때린 공격으로 이날 가장 긴 랠리를 끝내기도 했다. 실바에게만 높은 공을 띄우던 지난 시즌과 달리 실바, 타나차, 권민지로 공격 루트가 세 갈래로 넓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IBK의 강점은 중앙이다. 현대건설전에서 최정민이 17점, 이주아가 10점을 올려 미들블로커 둘이 27점을 합작했다. 리시브가 세터 머리 위로 정확하게 올라가면 IBK는 빅토리아의 후위 공격과 중앙 속공을 섞어 상대 블로킹을 흩뜨린다. 문제는 리시브가 흔들릴 때다. 그 순간 중앙 활용은 눈에 띄게 줄고 공은 레프트의 빅토리아에게 높게 몰린다. 신인 오드리 박이 2세트 후반 교체로 데뷔전을 치른 데서 보이듯 마나베 감독은 아직 세터 운용을 시험하고 있고, 세터 교체 타이밍이 경기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
높이와 수비, 범실
높이는 IBK가 분명히 강하다. 현대건설전에서 블로킹으로만 12점을 냈고, 1세트 초반에는 세 번 연속 가로막아 기선을 잡았다. 최정민은 예전부터 실바를 상대로 블로킹 타이밍이 좋았던 선수다. 실바의 공격 각도를 최정민과 이주아가 얼마나 좁히느냐가 IBK가 이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범실은 IBK 쪽이 더 불안하다. 현대건설전 팀 범실이 17개였고 그중 6개가 빅토리아에게서 나왔다. 대부분 공격 범실이라는 점이 걸린다. 실바와의 화력 싸움에서 쫓기기 시작하면 빅토리아가 무리한 강타를 고집할 가능성이 크다. 서브 범실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서브 득점이 적은 만큼 공격적으로 넣으려다 범실이 늘어날 위험은 있다. GS칼텍스는 개막전에서 스스로 무너진 장면이 거의 없었고, 3세트 막판에는 상대의 연속 범실을 그대로 받아먹었다. 다만 지난 시즌 초반 강서브를 고집하다 연속 서브 범실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친 적이 있어, 실바 서브의 위험도 함께 안고 간다.
수비는 양쪽 모두 리그 정상급이다. 임명옥을 중심으로 한 IBK의 디그와 GS칼텍스의 끈질긴 2단 수비가 맞물리면 랠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일정·체력·홈원정
IBK는 3일 현대건설전 이후 이틀을 쉬고 홈 화성에서 다시 경기를 치른다. 현대건설전을 세 세트 만에 끝내 체력 부담은 크지 않다. GS칼텍스는 지난달 31일 개막전 이후 닷새를 쉬었고, 서울에서 화성까지는 이동 거리도 짧다. 휴식은 GS칼텍스가 넉넉하고, IBK는 홈 코트와 이틀 전 경기로 올라온 실전 감각을 갖고 있다. 체력보다는 초반 몇 점의 흐름이 더 중요한 경기다.
총평
두 팀 모두 개막전을 셧아웃으로 마쳤지만 내용은 달랐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번도 흐름을 넘겨주지 않았고, IBK는 양효진이 은퇴한 현대건설에게 두 세트 연속 막판 추격을 허용했다. IBK가 이기려면 최정민과 이주아의 블로킹으로 실바를 묶고, 이소영·미와·임명옥의 리시브가 실바 서브를 버텨야 한다. GS칼텍스는 실바 서브로 IBK의 새 리시브 라인을 흔들고, 공격을 타나차와 권민지에게 나눠 빅토리아와의 화력 대결을 유리하게 끌고 가면 된다.
서브 압박과 공격 분산은 GS칼텍스가 앞서지만, IBK의 높이와 수비가 버티는 만큼 한쪽으로 쏠리는 경기는 어렵다. IBK가 블로킹으로 한 세트는 가져갈 가능성이 높고, 나머지 세트도 20점 이후 접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4세트 경기에서 듀스가 한 번만 끼어도 총점 185.5를 넘고, 5세트로 가면 여유 있는 오버다. 언더는 셧아웃이 나올 때뿐인데, 두 팀의 수비 수준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