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매치업과 에이스 대결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무너졌던 하나은행이 다시 용인을 찾는다. 그때 삼성생명을 끌고 간 건 이해란의 득점과 베테랑들의 클러치였는데, 반년 사이 많은 게 바뀌었다. 골밑을 책임지던 배혜윤이 은퇴했고 앞선에서 궂은일을 맡던 윤예빈은 KB로 떠났다. 보상 선수로 데려온 이다연은 8월 발등 수술을 받아 이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시즌 전 설문에서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 진출 예상 최하위로 꼽힌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도 이해란이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이해란은 지난 시즌 팀 공격의 처음이자 끝이었고, 미드레인지에서 만들어 내는 득점은 리그에서 막기 가장 까다로운 무기 중 하나다. 대표팀 동료 강유림이 외곽을 받치고 이주연이 볼 운반과 앞선 압박을 맡는다. 새 주장 김아름은 리바운드와 수비처럼 기록지에 잘 안 남는 일을 한다. 걸리는 건 이해란 한 명에게 쏠리는 무게다. 배혜윤이 포스트에서 공을 잡아 주던 시간이 사라지면서 상대 수비는 이해란만 보고 몰려들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전력의 뼈대를 거의 그대로 지켰다. 진안이 골밑을 버티고 새 주장 정예림과 정현이 앞선과 윙에서 득점을 나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삼성생명이 이이지마 사키와 진안을 잘 묶고도 진 이유가 정예림 쪽에서 터진 득점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이 팀은 공격이 한두 명에게 갇히지 않는다. 맏언니 김정은이 은퇴했지만 이미 코트 위 비중이 줄어 있던 터라 빈자리는 크지 않다.
에이스 한 명만 놓고 보면 이해란이 이 경기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다. 진안이 도움 수비로 페인트존을 좁혀 놓으면 삼성생명은 외곽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점슛 19개를 던져 2개만 넣었던 장면이 이 팀의 약한 고리다. 다만 그 시리즈를 결국 뒤집은 것도 삼성생명이었다. 이해란이 2차전에서 커리어하이를 찍었듯, 하나은행을 상대로 한 이해란은 늘 경기를 끝까지 붙잡아 두는 힘이 있었다.
공수 흐름
정규리그 기록이 쌓이기 전이라 비시즌 경기에서 드러난 모습으로 흐름을 읽을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의 컵대회는 걱정을 키웠다. 조별리그를 1승 3패로 마쳤고, BNK전에서는 리바운드에서 크게 밀리며 35점 차로 졌다. 그날 상대에게 3점슛을 무더기로 내주면서 실점이 90점을 넘겼다. 배혜윤이 빠진 골밑과 얇아진 앞선 수비는 이번 시즌 내내 실점 쪽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컵대회는 주전 시간을 아끼며 치른 무대였고, 이해란과 강유림이 정상적으로 뛰는 정규리그 첫 경기는 공격 쪽 그림이 훨씬 낫다.
하나은행은 컵대회 조별리그를 3승 1패로 마쳤다. 우리은행전 1쿼터를 11-0으로 시작할 만큼 출발이 빨랐고 고서연과 정현의 외곽이 함께 터졌다. 같은 경기 4쿼터에 6분 넘게 득점이 멈춘 구간도 있었지만, 그 뒤 3점슛 연속 세 방으로 한꺼번에 만회했다. 외곽이 한 번 불붙으면 짧은 시간에 점수를 몰아치는 팀이다.
두 팀 모두 이번 시즌 속도를 앞세운다. 하나은행은 올코트 위주로 훈련하며 스나가와까지 데려와 앞선 스피드를 끌어올렸고, 삼성생명은 감독이 직접 스피드로 부딪히겠다고 선언했다. 서로 빠른 공수 전환을 주고받으면 공격 횟수 자체가 늘어난다. 여기에 배혜윤이 빠진 삼성생명 골밑은 진안과 이이지마에게 손쉬운 득점 기회를 내줄 수 있고, 반대로 하나은행도 출전 시간 관리로 주전 수비 조합이 자주 바뀌면서 이해란과 한야은에게 슛 공간을 허용할 틈이 생긴다.
WKBL 득점 수준에서 131.5는 낮은 기준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높은 선도 아니다. 지난 시즌 두 팀의 맞대결은 110점대부터 150점대까지 들쭉날쭉했고, 플레이오프 2차전처럼 양쪽 공격이 함께 터진 날은 150점대 후반까지 올라갔다. 전날 열린 시즌 첫 경기도 130점대 중반으로 이 기준을 넘겼다. 아시아쿼터 동시 출전이 2쿼터까지 늘어나 공격 옵션이 많아진 첫 시즌이라는 점도 득점 쪽에 힘을 싣는다.
총평
전력만 놓고 보면 하나은행이 한 수 위다. 주전 뼈대를 지켰고 아시아쿼터 조합도 경험에서 앞선다. 그래서 승리는 하나은행 쪽으로 기운다. 다만 점수 차까지 넉넉하게 벌어질 경기로 보이진 않는다. 하나은행은 이이지마와 스나가와, 진안의 출전 시간을 아껴야 하는 처지라 한 번에 달아날 힘을 다 꺼내기 어렵고, 삼성생명은 꼴찌 후보라는 평가를 정면으로 받아치려는 홈 개막전의 에너지가 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하나은행을 넘었던 기억까지 더하면, 이해란이 4쿼터까지 경기를 붙잡고 끌고 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경기 양상은 빠른 템포 속에서 서로 득점을 주고받는 쪽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하나은행은 진안과 이이지마의 안쪽 공격, 고서연과 정현의 외곽으로 점수를 쌓고, 삼성생명은 이해란을 중심으로 한야은과 강유림이 받쳐 주며 끈질기게 따라붙는 그림이다. 마지막 몇 분을 진안과 정예림이 버텨 내며 하나은행이 근소하게 앞서겠지만 4.5점 안쪽의 접전이 될 것으로 본다. 점수는 하나은행 60점대 후반, 삼성생명 60점대 중반 정도로 예상하며 총점은 131.5를 넘어서는 흐름이다.
하나은행 승리 · 핸디캡 삼성생명(+4.5) 승 · 언오버 131.5 기준 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