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 첫 경기에서 드러난 힘과 숙제
대한항공은 삼성화재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두며 컵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세트 스코어는 25-21, 28-26, 16-25, 25-20이었고 새 외국인 선수 케트진스키가 28점, 정지석이 18점, 김규민이 10점을 올렸으며 팀 블로킹에서도 13-8로 앞섰습니다. 케트진스키는 블로킹 3개와 서브 에이스 2개를 곁들였고 트리플 크라운에 서브 하나가 모자랐을 만큼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출발 라인업은 세터 한선수, 아포짓 임동혁,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과 케트진스키, 미들블로커 김규민과 김민재, 리베로 이상욱이었고 4세트부터는 임동혁 대신 정한용이 들어가며 케트진스키가 아포짓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변화가 경기의 핵심이었습니다. 임동혁은 공격이 거의 풀리지 않았고, 헤난 감독은 정한용이 리시브를 정리하고 임동혁 자리에 케트진스키가 들어가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케트진스키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우선 쓰되 상황에 따라 아포짓으로 돌릴 수 있다는 구상이었는데, 첫 경기부터 두 가지 옷을 모두 입혀본 셈입니다.
숙제도 분명했습니다. 2세트는 듀스 끝에 한선수가 블로킹으로 마무리하며 간신히 가져왔고, 3세트는 16-25로 크게 무너졌습니다. 백업 세터로 데려온 야마모토는 1세트와 3세트에 출전했지만 많은 걸 보여줄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한선수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아직 조합이 완성되지 않아 한 세트쯤은 쉽게 내줄 수 있는 팀이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OK저축은행, 졌지만 속도는 보여줬다
OK저축은행은 현대캐피탈에 풀세트 끝에 2-3으로 졌습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새 세터 김대환이었습니다. 프로 공식 첫 경기에서 러셀 25점, 전광인 18점, 김정호 13점, 페이즈 11점으로 공격을 고르게 나눴고, 오픈 공격 비중은 매우 낮은 반면 퀵오픈과 속공은 현대캐피탈보다 많았습니다. 높게 띄워 때리는 배구가 아니라 빠른 템포로 블로커를 앞서가는 배구를 하겠다는 방향이 첫 경기부터 뚜렷했습니다.
이긴 세트의 내용도 좋았습니다. 2세트는 25-17, 4세트는 김정호의 서브 에이스로 24-15까지 달아난 뒤 전광인의 오픈 공격으로 끝냈습니다. 반면 진 세트는 승부처 범실이 문제였습니다. 1세트 22-22에서 김정호의 퀵오픈과 러셀의 백어택이 연달아 코트를 벗어났고, 5세트에는 7-7에서 김대환의 서브가 네트에 걸린 뒤 러셀의 터치넷까지 겹치며 7-10으로 밀렸습니다. 뒤집어 보면 진 세트도 막판까지 붙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신영철 감독은 현재 완성도를 기대치의 60% 정도로 보면서도 라운드를 거듭하며 찾아가야 할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선수층은 약점입니다. OK저축은행은 10명으로 경기를 치렀고 15명을 고루 쓴 현대캐피탈과 비교해 수적 열세가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현대캐피탈을 다섯 세트까지 끌고 갔다는 점에서 쉽게 무너지는 팀은 아니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총평
전력 두께, 블로킹 높이, 세터 경험을 종합하면 승부의 무게는 대한항공 쪽에 실립니다. 케트진스키와 정지석의 날개 공격, 김규민과 김민재의 중앙 높이는 OK저축은행이 오롯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층이 얇은 OK의 힘이 떨어지면서 승부처에서 대한항공이 앞서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일방적인 경기는 아닐 겁니다. 언오버 180.5는 사실상 4세트 이상, 그리고 세트마다 막판까지 붙는 접전이 나오느냐를 묻는 기준점입니다. 어제 두 팀의 경기는 각각 186점과 200점으로 모두 이 기준을 넘었습니다. 대한항공은 짧은 휴식 속에 선수 기용을 조절하며 한 세트쯤 내줄 가능성이 있고, OK저축은행은 러셀의 서브와 김대환의 빠른 템포로 세트를 따낼 힘을 이미 보여줬습니다. 지난 시즌 맞대결에서도 4세트 이상 경기가 더 많았고, 친정을 상대하는 러셀의 동기부여까지 더하면 듀스 세트가 섞인 3-1이나 풀세트 승부가 더 자연스러운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