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성격과 이 경기의 무게
이번 경기는 10월 12일 19:00 진남체육관에서 열리는 B조 1경기로 GS칼텍스가 홈팀으로 표기돼 있고, 준결승은 17일에 A조 1위-B조 2위, B조 1위-A조 2위 대진으로 치러진다. B조는 세 팀뿐이라 두 팀이 4강에 오릅니다. 오늘 지더라도 탈락이 확정되는 구조가 아니라서, 양 팀 모두 결과만큼이나 새 조합을 점검하는 데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정규리그도 31일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맞대결로 개막합니다. 3주 뒤 개막전을 앞두고 서로 패를 다 보여주지 않으려는 심리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규칙 변화도 변수입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공이 바닥에 닿는 어느 순간이든 라인에 걸치면 인으로 판정하고, 코트 교대는 2세트 종료 후로 바뀌며, 캐치볼은 FIVB 교육지침에 따라 더 명확하게 판정합니다. 라인 판정 완화는 공격수에게 유리하고, 캐치볼 기준이 엄격해지면 세터의 토스 범실이 늘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시즌 첫 실전에서는 범실 쪽으로 흔들리기 쉬운 조건입니다.
GS칼텍스, 실바의 출력과 세터 공백이 관건
챔피언 GS칼텍스의 비시즌 핵심 변화는 아시아쿼터 교체입니다. 실바 의존도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레이나와 작별하고 V리그 경력자인 타나차를 영입했습니다. 이영택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타나차 합류 외에는 전력상 큰 변화가 없다며, 선수들이 방심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타나차는 지난 시즌까지 도로공사에서 뛰었기 때문에 친정의 리시브 습관과 블로킹 이동을 잘 압니다. 오늘 가장 흥미로운 개인 매치업입니다.
실바의 몸 상태는 낙관과 우려가 섞여 있습니다. 이 감독은 나이가 들면서 몸을 끌어올리는 속도가 더뎌진 느낌은 있지만, 구단에 실바 관리 매뉴얼이 있고 9월 일본 전지훈련부터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바 본인은 지난 시즌 우승을 운으로 보는 시선에 반대하며 코트에서 증명하겠다고 했습니다. 동기부여는 확실합니다. 다만 컵대회 첫 경기에서 전력을 다해 뛰게 할지는 벤치의 관리 기조에 달려 있습니다.
더 큰 불안 요소는 세터입니다. 지난 시즌 우승을 함께한 주전 세터가 빠지면서 2년 차 최윤영이 그 자리를 이어받아야 합니다. 세터 라인이 바뀐 상태에서 엄격해진 캐치볼 판정까지 겹칩니다. 실바와 타나차에게 공을 안정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지가 오늘 GS칼텍스 경기력의 바닥선을 정합니다. 리베로 김효임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됐던 만큼 팀 훈련 시간이 짧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한국도로공사, 수비 보강과 두터워진 날개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삼각편대의 한 축이던 타나차를 내보내고 방향을 수비 쪽으로 틀었습니다. 모마와 일본 국가대표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마미를 함께 쓰며, 마미의 합류로 리시브와 조직력을 보강하고 공격 연결을 매끄럽게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마미는 2014년부터 9년간 일본 대표팀 핵심이었고, 2017년 그랜드 챔피언스컵 베스트 리시버에 뽑힌 선수입니다. 실바의 강서브를 받아낼 첫 번째 방패가 생긴 셈입니다.
날개 자원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비시즌에 베테랑 아웃사이드히터 박정아를 영입했고, 미들블로커 배유나를 현대건설로 보내는 대신 세터 이수연을 데려왔습니다. 모마, 강소휘, 박정아, 마미로 이어지는 공격진은 컵대회에서 돌려 쓰기에도 충분합니다. 중앙은 김세빈과 이지윤이 맡습니다. 김세빈은 지난 챔프전 1차전 2세트에만 블로킹 4개를 잡았는데, 모두 실바의 공격을 막은 것이었습니다. 실바를 상대할 블로킹 해법은 이미 갖고 있습니다.
변수는 대표팀 후유증과 사령탑 체제입니다. 강소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장을 맡았고 세터 이수연도 최종 명단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새 세터와 주포의 호흡이 아직 덜 맞았을 수 있습니다. 김영래 감독대행은 미디어데이에서 기본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훈련을 많이 한 만큼 다양한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챔프전 완패 당시 패인으로 기본기를 지목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맞대결 흐름과 첫날 컵대회가 보여준 것
지난 시즌 정규리그 상대 전적은 도로공사가 5승 1패로 크게 앞섰지만, 마지막 6라운드 맞대결은 GS칼텍스가 3-0으로 이겼습니다. 그 흐름은 챔프전 3연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당시 도로공사는 감독 결별이라는 특수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전력만 놓고 보면 정규리그 상대 전적이 두 팀의 체급 차를 더 정확히 보여줬다고 봅니다.
전날 A조 경기도 참고할 만합니다. 흥국생명은 새 외국인 킨델란의 34점을 앞세워 정관장에 3-1(18-25 25-23 25-16 27-25)로 역전승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양 팀 범실은 각각 20개와 21개였습니다. 시즌 첫 실전답게 외국인 주포에게 공이 몰렸고 범실도 많았습니다. 반대로 IBK기업은행은 SOOP을 3-0으로 완파했습니다. 전력 차가 뚜렷한 대진은 빨리 끝났고, 비슷한 체급끼리는 4세트 이상 갔습니다. 오늘 대진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총평
양 팀 모두 외국인 주포는 그대로입니다. 차이는 그 주변을 받치는 구성에서 납니다. 도로공사는 마미와 문정원의 리시브 라인, 박정아까지 더해진 날개 숫자, 실바를 막아본 김세빈의 블로킹까지 컵대회처럼 선수를 돌려 쓰는 대회에서 유리한 요소가 많습니다. GS칼텍스는 실바와 타나차가 함께 터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화력입니다. 그러나 주전 세터가 바뀐 첫 실전에서 토스 품질이 흔들리면 실바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고, 그러면 도로공사 블로킹에 읽힐 위험이 큽니다.
경기는 한쪽으로 쏠리기보다 범실과 듀스가 섞인 4세트 흐름을 예상합니다. 세트당 랠리가 길어지고 규칙 적응 과정의 범실까지 더해지면 총점은 3세트 경기 기준선보다 높은 쪽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