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
히로시마 선발 구리바야시 료지는 올 시즌 열여덟 번의 등판을 모두 선발로 소화하며 2점대 중후반의 평균자책점을 지키고 있다. 최근 세 경기를 보면 9월 12일 5이닝 4실점으로 한 차례 흔들렸지만, 19일에는 8회 2사까지 1실점으로 끌고 갔고 27일에도 7이닝 3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경기당 6이닝 반가량을 90구대 초반으로 끊어 가는 페이스가 시즌 끝자락까지 유지되고 있고, 직전 두 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던졌다는 점에서 공 끝의 힘이 떨어졌다고 볼 이유는 없다. 볼넷은 9이닝당 하나 반이 채 되지 않고 피안타율도 1할대 후반이라, 주자를 쌓아 놓고 스스로 무너지는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오늘 놓인 조건이다. 구리바야시는 홈 2.80, 원정 2.59로 장소에 따른 편차는 거의 없지만, 낮 경기와 밤 경기의 차이는 뚜렷하다. 낮에는 1점대 후반인데 야간에는 3점대로 올라가고, 원정 야간 경기로 좁히면 내용이 한 단계 더 무거워진다. 야쿠르트를 상대로는 세 번 나와 17이닝 9실점을 기록했다. 7월 두 경기에서는 6이닝 1실점, 7이닝 1실점으로 거의 완벽했지만 8월 진구 원정에서는 4이닝 7실점으로 시즌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진구에서 던진 두 경기를 합치면 11이닝 8실점이다. 시즌 전체로는 홈런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투수인데 이 구장에서만큼은 뜬공이 장타로 이어졌고, 이닝 소화도 평소보다 짧았다. 잘 던진 두 경기를 포함해 야쿠르트전 세 번을 팀이 모두 내줬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야쿠르트 선발 요시무라 코지로는 사정이 훨씬 복잡하다. 스무 번 선발로 나와 5점에 가까운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시즌 12패로 리그에서 가장 많이 졌다. 최근 세 경기는 9월 1일 7이닝 6실점, 10일 3이닝 6실점, 15일 2이닝 6실점으로 이닝은 줄고 실점은 그대로였다. 네 경기 연속 6점 이상을 내준 끝에 다음 날 1군에서 말소됐고, 오늘이 19일 만의 복귀전이다. 마지막 등판 상대가 바로 히로시마였다.
홈과 원정의 온도 차는 요시무라 쪽이 훨씬 크다. 원정에서는 3점대 후반으로 버텼지만 진구에서는 6점대 초반까지 치솟는다. 원인은 장타다. 9이닝당 홈런이 한 개 반을 훌쩍 넘고, 특히 우타자에게 맞는 타구의 질이 나쁘다. 볼넷은 9이닝당 둘 남짓으로 제구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어서, 결국 존 안에 들어간 공이 버텨 주느냐의 문제다. 열흘 넘게 재정비 시간을 가진 만큼 구위는 말소 직전보다 올라와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히로시마전 네 경기 가운데 6월과 7월 진구 등판에서는 7이닝 2실점, 7이닝 3실점으로 충분히 좋은 공을 던졌다. 무너진 직전 모습을 그대로 대입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선발 매치업의 무게는 구리바야시 쪽으로 기운다.
히로시마는 최근 열 경기 7승 3패에 득실이 균형을 이루고 있고, 야쿠르트는 3승 7패에 실점이 득점보다 스무 점 많다. 선발의 안정감, 리드를 지키는 뒷문, 최근 타격 흐름까지 세 축 모두 히로시마가 반 걸음씩 앞선다. 요시무라가 재정비 효과로 5회까지 버텨 주더라도, 중반 이후 불펜 싸움으로 넘어가면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구리바야시가 초반 한두 점을 내주며 접전으로 흐르다가 히로시마 우타 라인이 요시무라나 야쿠르트 중간 투수진을 공략해 달아나고, 엔도와 터녹, 모리우라가 닫는 흐름을 예상한다. 큰 점수 차보다는 한두 점 차 승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