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
이 경기의 무게중심은 마운드 위 두 투수의 격차에 있다. 니혼햄은 우완 기타야마 고키, 지바 롯데는 좌완 샘 롱을 예고했는데,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두 투수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기타야마는 올 시즌 스물세 번 선발로 나와 142이닝 넘게 던지며 방어율 2점대 중반을 지켜 왔다. 이닝당 출루 허용이 1을 겨우 넘고 9이닝당 볼넷도 2개 남짓이어서, 제구 때문에 스스로 무너지는 유형은 아니다. 홈 방어율 2.45, 원정 방어율 2.88로 원정이 조금 높지만 의미 있는 격차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낮과 밤의 차이가 눈에 띈다. 낮 경기에서는 1점대 방어율로 거의 손을 대기 힘든 투수였는데, 야간 경기에서는 3점대 중반까지 올라갔다. 오늘은 18시에 시작하는 야간 경기다.
최근 흐름은 시즌 성적만큼 매끄럽지 않았다. 9월 4일 라쿠텐 원정에서는 8이닝 2실점에 삼진 8개를 잡았다. 111구를 던지면서도 끝까지 힘이 남아 있었고, 이 정도 탈삼진이면 구위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이 경기에서도 홈런 두 방을 맞았다. 9월 15일 홈에서 바로 지바 롯데를 만났을 때는 4와 3분의 2이닝 동안 117구를 던지며 4실점했다. 안타는 다섯 개뿐이었지만 볼넷을 네 개나 내줘 투구수가 불어났고, 결국 5회를 채우지 못했다. 평소 볼넷 비율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날이었다. 9월 22일 라쿠텐전은 6이닝 5실점(자책 3)이었다. 볼넷은 하나도 없었지만 안타 8개에 홈런 2개를 허용했다. 최근 다섯 번의 등판으로 넓혀도 32이닝 남짓에 17점을 내줘, 시즌 평균보다 확실히 실점이 늘어난 구간이다.
지바 롯데를 상대로 한 이닝 소화력은 아쉬움이 남는다. 장타는 막았지만 볼넷으로 스스로 이닝을 길게 만든 점이 걸린다. 그래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1할대 후반으로 우타자보다 낮다는 점은 오늘 기타야마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지바 롯데 라인업에는 좌타자가 다섯 명 들어선다. 여드레를 쉬고 나오는 일정이라 체력 부담도 없다.
샘 롱 쪽은 사정이 복잡하다. 시즌 방어율은 5점대 초반인데, 이 숫자에는 시즌 초 구원 등판이 섞여 있다. 선발 등판만 따로 떼면 12경기 52이닝에 37실점으로 내용이 더 나쁘다. 평균 소화 이닝이 4이닝을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선발로서 경기 중반까지 책임진 날이 많지 않았다. 마지막 세 차례 선발도 8월 12일 3이닝 4실점, 8월 19일 3이닝 3실점, 8월 26일 4이닝 5실점이었다. 10이닝 동안 12점을 내준 셈이다. 7월 4일처럼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날도 있었지만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8월 26일 이후 한 달 넘게 1군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세부 지표도 불안하다. 피안타율이 3할대이고, 좌타자에게는 3할 중반 가까이 맞았다. 9이닝당 볼넷은 4개에 육박하는 반면 탈삼진은 6개 수준이라, 주자를 내보낸 뒤 삼진으로 정리하는 힘이 부족하다. 피홈런도 9이닝당 1개를 넘는다. 홈과 원정 선발 등판이 여섯 번씩으로 같은데 어느 쪽에서도 긴 이닝을 끌고 간 기억이 드물다. 장소보다는 투수 본인의 컨디션 문제로 보는 편이 맞다. 오랜 공백 뒤의 등판이라 초반 공의 힘과 제구가 어느 정도 돌아왔는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좌타자가 다섯 명 버티는 니혼햄 라인업은 롱에게 부담스러운 상대다.
선발 싸움은 분명히 니혼햄 쪽으로 기운다. 다만 롱이 7월 4일 같은 날을 다시 만든다면 판이 통째로 뒤집힐 수 있다는 변수는 남아 있다
시즌 내내 선발로서 짧은 이닝에 그쳤고, 한 달 넘는 공백 끝에 마운드에 오르며, 좌타자가 많은 니혼햄 타선을 상대해야 한다. 롱이 일찍 내려가면 최근 흔들리는 지바 롯데 불펜이 긴 이닝을 떠안게 된다. 반대로 기타야마는 최근 실점이 늘고 야간 경기에서 약했다는 불안 요소가 있지만, 기본 제구와 구위가 안정적이고 뒤에는 야나가와라는 확실한 마무리가 버티고 있다. 지바 롯데가 이기려면 롱이 7월 4일 같은 투구를 재현해야 하는데, 최근 흐름을 보면 기대하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