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 선발 번스는 구위만 놓고 보면 오늘 슬레이트 최상급이다. 9이닝당 탈삼진이 10개를 넘고 피안타율은 2할 초반, 수비 영향을 뺀 지표도 2점대로 안정적이다. 문제는 이닝이다. 8월 30일 바로 이 컵스를 상대로는 100구를 던지며 5와 3분의 2이닝 3실점, 탈삼진 7개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어진 9월 8일 다저스전은 44구, 9월 13일 밀워키전은 56구 만에 각각 3이닝만 던지고 내려왔다. 다저스전은 무실점, 밀워키전은 2실점으로 내용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일찍 교체됐다는 점에서 구단이 투구 이닝을 관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짧은 이닝에서도 매번 삼진 5개씩을 잡아낸 만큼 구위 저하보다는 관리 차원으로 읽힌다. 볼넷 비율은 홈즈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금 높은 편이다. 번스는 뜬공 성향이 강한 투수라 장타 허용이 늘 변수이지만, 홈에서는 평균자책점 2점대 초반으로 원정의 3점대 중반보다 훨씬 강했다. 야간 경기에서는 3점대 초반으로 낮 경기보다 약했다.
시카고컵스 선발 홈즈의 최근 세 경기는 기복이 컸다. 8월 31일에는 101구를 던지며 6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했지만, 다음 등판인 9월 6일에는 4와 3분의 1이닝 동안 8실점하며 크게 무너졌다. 직전 9월 12일 경기에서는 100구를 소화하며 5와 3분의 2이닝 3실점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최근 다섯 경기로 넓혀 보면 평균 5이닝 중반을 꾸준히 버티고 있고, 매 경기 80구에서 100구 사이를 던지며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돌고 있다. 무너진 한 경기를 빼면 경기당 실점 관리는 안정적인 편이다. 홈즈의 가장 큰 무기는 땅볼 유도 능력이다. 9이닝당 땅볼 아웃이 10개를 넘을 정도로 리그 최상급이고, 정타가 배럴 타구로 이어지는 비율도 낮다. 반면 탈삼진 능력은 평범하고 볼넷을 내주는 빈도는 다소 높은 편이다. 삼진으로 이닝을 끝내기보다 맞혀 잡는 투수라 수비와 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인플레이 타구 안타 비율이 유난히 낮게 유지되어 온 점은 앞으로 조정이 올 여지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홈과 원정의 차이다. 홈에서는 평균자책점 1점대 중반으로 압도적이지만 원정에서는 3점대 후반까지 올라간다.
이 경기는 선발 두 명이 모두 좋은데도 득점이 날 수 있는 구조다. 번스의 짧은 이닝 때문에 신시내티 불펜이 경기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져야 하고, 컵스 불펜은 최근 결과가 흔들리고 있으며, 컵스 타선은 슬레이트 최고 수준의 득점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신시내티 타선까지 최근 다섯 경기에서 뚜렷하게 살아났다. 홈즈가 원정에서 약했던 점도 오버 쪽에 무게를 더한다. 반대로 홈즈의 야간 경기 강세와 번스의 홈 강세는 언더 쪽 근거다. 두 투수가 제 몫을 다하고 불펜 싸움이 조용하게 흘러가면 8점 안팎에서 끝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오버 판단은 확신에 찬 선택이라기보다는 여러 요소가 조금씩 한쪽으로 기운 결과로 보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