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수 매치업
울산 현대모비스가 이번 비시즌에 꾸린 외국선수 조합은 206cm 두 명이다. NBA 1라운드 출신 포워드 다리우스 베즐리와, 세 시즌을 함께하고 돌아온 센터 게이지 프림. 개막 3연패 때만 해도 두 선수의 동선이 겹쳤는데, 양동근 감독이 역할을 나눠준 뒤 지난 주말 수원 원정에서 베즐리가 23점 10리바운드, 프림이 20점 5어시스트를 합작했다. 2·3쿼터 두 선수가 동시에 서면 높이 자체는 분명 위협적이다.
그래도 이 매치업의 중심은 아셈 마레이다. 창원 LG에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은 마레이는 정관장 원정에서 눈을 찔려 각막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한 경기를 쉰 뒤 대구 원정에서 복귀했다. 일주일을 쉬고 바로 나선 경기였는데도 21점 1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남겼다. 그날 마레이가 중심을 잡은 2쿼터에 창원 LG는 상대 골밑 득점을 거의 지워버렸다. 감각이 한 경기 만에 돌아왔다는 뜻이고, 오늘은 그보다 나은 몸으로 나선다.
마레이의 진짜 무기는 높이보다 손질과 위치 선정이다. 프림처럼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오래 쥐고 패스를 뿌리는 빅맨은 마레이 앞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베즐리는 속공과 외곽까지 넓게 움직이는 포워드라 마레이가 직접 따라다니기보다 국내 포워드에게 맡기고, 마레이는 림을 지키는 쪽이 효율적이다. 지난 경기 5반칙 퇴장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지만, 조상현 감독이 출전 시간을 쪼개 관리할 여유가 생겼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아치 굿윈은 반등할 때가 됐다. 개막전 25점으로 시작했다가 상대 압박에 막히며 주춤했지만, 문제의 상당 부분은 굿윈 개인보다 주변 환경에 있었다. 외곽에 확실한 슈터가 없으니 수비가 굿윈의 돌파 길목에 미리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그 환경이 바뀐다.
4쿼터 1옵션 대결에서는 마레이가 버티는 창원 LG가 확실히 안정적이다. 울산 현대모비스가 프림을 고르면 마레이와의 힘 싸움이 되고, 베즐리를 고르면 리바운드에서 손해를 본다. 어느 쪽이든 마레이를 상대로 우위를 만드는 카드는 아니다. 접전으로 4쿼터를 맞더라도 마지막 몇 분의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점수 차가 벌어질 여지가 창원 LG 쪽에 있다.
프론트 코트와 백코트의 상성
골밑에서 창원 LG의 숙제는 마레이가 쉬는 시간이다. 조상현 감독도 마레이가 있을 때 수비는 괜찮은데 빠지는 순간 갑자기 무너진다고 인정했다. 그 시간을 양홍석과 칼 타마요가 버텨야 한다. 다만 오늘은 마레이가 정상 출전하는 만큼 그 구간이 지난 두 경기보다 훨씬 짧아진다.
백코트의 변화가 결정적이다. 유기상이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원래 이 경기를 복귀전으로 잡았다가 통증으로 11월로 미뤄지는 듯했는데, 월요일부터 팀 훈련을 소화했고 오늘 오전 울산 코트 훈련에서도 동료들과 전술 움직임을 맞췄다. 출전 시간은 10분 안팎이다.
짧아도 의미가 크다. 유기상이 코너에 서 있으면 울산 현대모비스 빅맨들은 페인트존에 미리 들어앉을 수 없다. 그 공간으로 굿윈이 파고들고, 마레이에게 들어가는 패스 길도 넓어진다. 울산 현대모비스 앞선은 이우석이 굿윈을, 아바디아노가 유기상을 맡는 식으로 나뉠 텐데, 181cm 아바디아노가 196cm 굿윈 쪽으로 바뀌어 붙는 순간 미스매치가 생긴다. 조상현 감독이 유기상의 10분 가운데 일부를 4쿼터 승부처까지 아껴둔다면, 점수 차를 벌리는 마지막 한두 방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4쿼터에만 10점을 몰아친 경험이 있는 선수다.
국내 선수와 벤치
창원 LG 국내 전력의 축은 양홍석이다. 개막전 22점, DB전 20점, 대구 원정 24점. 마레이가 빠졌을 때도 혼자 팀을 끌고 갔다. 아시아쿼터 타마요는 발목 부상을 안고도 개막부터 뛰며 상대 외국선수 수비까지 떠안았다. 양준석이 경기를 조립하고 정인덕, 최형찬, 윤원상이 외곽을 메워왔는데, 여기에 유기상이 더해진다. 상대 외국선수가 포스트로 밀고 들어올 때는 박정현이 몸으로 버틸 수 있다. 결장자가 돌아오면서 창원 LG는 비로소 여러 조합을 돌리며 주전들의 체력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양동근 감독 스스로 국내 선수층이 얇다고 말한다. 이우석이 KT전 20점으로 득점을 이끌었고 서명진이 1쿼터에만 3점 세 방을 넣었지만, 양동근 감독은 서명진의 기복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약한 수비를 만나면 몰아치고 강한 수비 앞에서는 침묵한다는 것이다. 창원 LG는 정상 전력일 때 리그에서 가장 끈적한 수비를 하는 팀이다. 박무빈과 서명진의 슛 시도를 줄이겠다는 구상도 바꿔 말하면 득점 루트가 외국선수 두 명에게 쏠린다는 뜻이다. 아바디아노는 활동량이 좋고 이승현은 1·4쿼터 골밑 몸싸움을 맡지만, 벤치가 얇은 팀은 후반으로 갈수록 발이 무거워진다. 4쿼터에 점수 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공수 흐름
창원 LG의 3연패는 숫자만큼 나쁘지 않다. 정관장전에는 경기 중 마레이를 잃었고, 삼성전은 마레이 없이 치렀다. 대구 원정은 일주일을 쉰 마레이가 막 돌아온 경기였다. 유기상까지 빠진 상태라 정상 전력으로 치른 경기가 사실상 없었다. 그 전에는 디펜딩 챔피언 KCC를 35점 차로 눌렀고, 우승 후보로 꼽힌 DB도 원정에서 잡았다. 전력이 갖춰졌을 때 이기는 경기는 넉넉하게 이겼다는 점이 중요하다. 개막 초반 외국선수 두 명이 나란히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감정 조절 문제도 있었지만, 조상현 감독은 패배 뒤마다 준비 부족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선수단을 다잡고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최근 세 경기에서 두 번 이겼고 이긴 경기에서 90점대 후반을 넣었다. 다만 그 상대들은 수비가 헐거웠다. KT전 턴오버 4개는 훌륭했지만, 양동근 감독 본인이 경기 막판 고질적인 턴오버가 또 나왔다고 짚었다. 창원 LG의 압박 수비는 바로 그 부분을 파고든다. 턴오버가 속공 실점으로 이어지는 순간 점수 차는 한 번에 벌어진다.
템포는 창원 LG가 쥔다. 조상현 감독은 시즌 초 실점 목표를 70점대 초반으로 잡았다가 외국선수 두 명 체제를 겪으며 80점 선으로 올렸다. 정상 전력을 되찾은 오늘은 그 목표를 다시 끌어내릴 경기다. 마레이 중심으로 수비를 세우고 공격은 천천히 가져가는 운영이 예상된다.
일정은 창원 LG가 하루 더 쉬었다. 토요일 대구 원정 뒤 사흘, 울산 현대모비스는 일요일 수원 원정 뒤 이틀이다. 창원 LG의 원정이 길게 이어지고 있지만, 대구에서 울산은 먼 이동이 아니다. 지난 시즌 맞대결은 창원 LG가 다섯 번 이겼는데, 두 팀 모두 구성이 달라졌으니 참고 정도로만 둔다.
총평
이번 시즌 창원 LG가 처음으로 정상에 가까운 전력을 갖추는 경기다. 마레이가 온전한 몸으로 골밑을 지키고, 유기상이 짧게나마 외곽에 서면서 굿윈의 공간이 열린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장신 외국선수 두 명은 까다롭지만, 마레이의 수비와 창원 LG 특유의 압박 앞에서 국내 선수들의 기복과 막판 턴오버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얇은 벤치 탓에 4쿼터 체력에서 차이가 나면 한 골 차 승부가 아니라 세 점 이상의 차이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승패와 핸디캡 모두 창원 LG다.
언오버는 언더다. 창원 LG는 수비로 경기를 끌고 가며 템포를 늦출 것이고, 울산 현대모비스도 마레이를 상대로는 속공보다 하프코트 공격에 기댈 수밖에 없다. 유기상의 출전 시간이 길지 않아 창원 LG 공격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다. 변수는 마레이의 이른 파울 트러블이다. 그 경우 울산 현대모비스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승패와 언오버가 모두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