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수 매치업
서울 삼성과 안양 정관장이 한글날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만난다. 삼성은 홈 개막전이고, 정관장은 개막 2연승을 안고 잠실로 넘어온다. 이 경기에서 제일 먼저 봐야 할 곳은 역시 골밑이다.
삼성은 재계약한 케렘 칸터에 5년 만에 KBL로 돌아온 크리스 맥컬러를 붙였다. 수원 원정 개막전에서 칸터는 36분을 뛰며 30점 13리바운드를 올렸고 외곽슛까지 꽂았다. 오픈매치에서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던 맥컬러도 그날은 첫 슛이 들어가면서 19점을 보탰다. 다만 칸터가 코트를 거의 비우지 못했다는 점은 숙제로 남는다. 지금 삼성 공격은 칸터가 버텨 주는 시간만큼만 굴러간다.
정관장은 외국선수 두 명을 모두 바꿨다. 일본 무대에서 다섯 시즌을 뛴 존 무니가 1옵션이고 KBL 경력자 라숀 토마스가 뒤를 받친다. 무니는 데뷔 두 경기 연속으로 20점 10리바운드를 넘겼고 대구에서는 리바운드 17개를 걷어냈다. 혼자 공을 오래 쥐고 득점을 만드는 유형은 아니다. 스크린을 걸고 빠지고, 중거리에서 받아 던지고, 속공에 따라붙으면서 점수를 쌓는다. 그래서 기복이 적다.
프론트 코트와 백코트의 상성
백코트는 정관장이 두텁다. 변준형, 박지훈, 문유현 세 명이 번갈아 공을 잡는데 누가 나와도 2대2 전개가 끊기지 않는다. 변준형은 개막전에서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무니에게 띄워 주는 패스 타이밍이 벌써 맞아 들어간다. 유도훈 감독이 외국선수에게 1대1을 맡기지 않고 가드가 판을 짜는 농구를 주문하는 것도 이 가드진을 믿기 때문이다.
삼성 가드진은 한호빈이 중심이다. 개막전에서 어시스트 8개로 칸터와 맥컬러를 살렸고 이관희가 외곽에서 거들었다. 걱정은 압박이다. 정관장은 앞선에서 공을 편하게 못 잡게 하는 수비로 개막전에서 상대 실책 16개를 끌어냈고, 그 실책으로만 20점 넘게 뽑았다. 한호빈 혼자 이 압박을 경기 내내 풀기는 어렵다. 이관희와 최성모가 볼 운반을 얼마나 나눠 지느냐에 따라 삼성의 공격 횟수 자체가 달라진다.
국내 선수와 벤치
정관장이 비시즌에 가장 잘한 일은 이대헌을 데려온 것이다. 포스트업과 중거리슛이 다 되는 포워드가 들어오면서 가드와 외국선수에게 쏠려 있던 공격에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 오픈매치 삼성전에서 이규태를 상대로 골밑을 파고들었고, 막판 연속 득점으로 경기를 끝낸 것도 이대헌이었다. 한승희는 대구에서 상대 외국선수를 직접 맡아 버텨 냈고, 박정웅은 상대 주득점원을 따라다니면서 리바운드까지 챙겼다. 궂은일을 맡을 선수가 줄줄이 나온다는 게 이 팀 벤치의 힘이다. 아시아쿼터 아반도가 두 경기째 득점이 없다는 점은 걸린다. 그래도 손질과 속공 가담으로 흐름을 바꾸는 선수라 한 번 풀리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삼성 국내 선수 쪽에서는 이규태의 몫이 크다. 개막전 선발로 나와 4쿼터에 달아나는 중거리슛을 넣었고, 상대 슈터의 외곽슛을 높이로 막아 내기도 했다. 오늘은 이대헌 같은 노련한 포워드를 다시 만나는 날이라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게 먼저다. 신동혁은 득점과 리바운드를 고르게 보탰고, 최성모는 7분도 안 뛰고 쐐기 득점을 넣었다. 아시아쿼터 구탕은 개막전에서 파울 관리에 실패해 5반칙으로 물러났다. 구탕이 코트에 오래 남아 있어야 삼성의 속공이 살아나는데, 손이 빠른 정관장 가드진을 상대로 또 파울이 쌓이면 벤치가 금세 얇아진다. 선수층만 놓고 보면 정관장이 분명히 앞선다.
공수 흐름
두 팀 모두 아직 한두 경기뿐이라 숫자보다 경기 모양을 보는 편이 낫다. 삼성의 개막전은 81대 76, 양 팀 합쳐 157점짜리 경기였다. 3쿼터 실점을 12점으로 묶으면서 주도권을 잡았고, 상대 실책을 득점으로 바꾸는 장면이 많았다. 김상식 감독이 부임하면서 빠른 농구를 말했지만 개막전만 보면 칸터를 축으로 한 세트 오펜스 비중이 높았다. 수비에서 버티다가 한 번씩 달아나는 경기를 한다.
정관장은 두 경기 모두 80점대 중후반을 넣었다. 지난 시즌에는 실점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었지만 득점이 하위권이라 고민이던 팀이다. 무니가 들어오면서 속공과 2대2 마무리가 훨씬 매끄러워졌다. 대신 수비는 아직 지난 시즌만큼 단단하지 않다. 개막전에서는 16점까지 벌렸다가 3점 차로 끝냈고, 대구에서도 초반 19대 5로 앞서고도 금방 추격을 허용했다. 크게 앞서고도 편하게 끝내지 못하는 모습이 두 번 연속 나왔다.
총평
전력은 정관장이 위다. 가드진의 깊이, 두 외국선수가 함께 설 때의 높이, 수비에서 갈아 끼울 수 있는 카드까지 삼성보다 한 뼘씩 낫다. 2쿼터와 3쿼터에 리바운드와 실책 유도로 점수를 벌려 놓고 4쿼터를 맞는 그림이 가장 그럴듯하다. 김상식 감독이 두 시즌 전까지 정관장을 이끌어 상대 주축 선수들의 습관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은 삼성에 힘이 된다. 그래도 그것만으로 전력 차를 지우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정관장이 넉넉하게 이길 경기로 보이지도 않는다. 삼성은 홈 개막전이고 칸터라는 확실한 득점원이 있다. 정관장은 앞서고도 외곽을 맞으며 쫓기는 경기를 두 번 연속 했다. 지난 시즌에도 정관장은 상위권을 달리면서 삼성만 만나면 유독 실점이 많았다. 참고 정도로만 봐도 칸터를 막는 데 애를 먹는 구도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4쿼터에 칸터와 무니가 일대일로 맞서는 시간에는 삼성이 점수를 좁힐 여지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