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우완 페덱, 두산은 좌완 벤자민을 선발로 낸다. 두 투수 모두 시즌 내내 리그 상위권의 안정감을 보여줬다. 실점만 놓고 보면 9이닝당 허용 점수가 거의 같아서 이름값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차이는 오늘 경기가 열리는 조건에서 생긴다.
페덱은 9번 선발 등판해 55이닝 남짓을 던졌고 그중 7번을 퀄리티스타트로 마쳤다. 피안타율이 2할 초반이고 이닝당 출루 허용이 1개도 되지 않을 만큼 주자를 적게 내보낸다. 볼넷은 9이닝당 1개 중반으로 적고 탈삼진은 9이닝당 9개를 넘는다. 구위와 제구를 함께 갖춘 투수다. 최근 세 경기는 8월 29일 6이닝 무실점, 9월 4일 5⅓이닝 3실점, 9월 11일 6이닝 3실점이었다. 매 경기 6회 안팎까지는 책임지고 있지만 최근 두 경기 연속 3점을 내준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삼진은 여전히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구위가 떨어졌다기보다는 가운데로 몰린 공이 조금 늘었다고 보는 게 맞다.
페덱은 홈과 원정 성적이 거의 같아서 잠실 원정이 특별한 부담은 아니다. 올 시즌 등판은 모두 야간 경기였다. 걱정거리는 타구 유형이다. 땅볼보다 뜬공이 많아 장타 한 방이 곧바로 실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잠실의 넓은 외야가 이 약점을 상당 부분 덮어준다. 나흘 쉬고 나온 경기와 닷새 쉬고 나온 경기 모두 표본이 몇 경기뿐이고, 휴식 간격에 따라 내용이 크게 흔들린 흔적은 없다. 오늘은 나흘을 쉬고 등판한다. 두산을 상대로는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00이다. 다만 박찬호, 박준순, 양의지가 페덱의 공을 잘 받아쳤다는 점은 두산이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부분이다.
벤자민은 20번 선발로 나와 110이닝을 넘겼고 평균자책점은 2점대 중반이다. 퀄리티스타트는 10번으로 페덱보다 이닝이 조금 짧다. 대신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나 피홈런이 9이닝당 0.4개 수준에 그친다. 볼넷은 9이닝당 2개를 조금 넘는 무난한 수준이다. 최근 세 경기는 8월 12일 5이닝 1실점, 8월 18일 5이닝 3실점이었다. 이후 3주 넘게 마운드를 비웠고, 9월 10일 복귀전에서 59구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복귀전 내용을 보면 구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아직 투구수를 늘려가는 단계라 오늘도 5회 전후 교체를 염두에 둬야 한다.
벤자민에게는 오늘 조건이 반갑다. 홈에서는 원정보다 실점이 눈에 띄게 적었고, 야간 경기에서는 낮 경기와 비교가 안 될 만큼 강했다. 잠실 홈에서 열리는 저녁 경기이니 두 조건이 모두 벤자민에게 맞는다. 휴식 간격도 긍정적이다. 나흘 쉬고 던진 11경기의 평균자책점은 2점대 중반이었는데, 닷새를 쉬고 나온 5경기에서는 0점대로 사실상 상대를 봉쇄했다. 오늘이 바로 닷새 휴식 후 등판이다. 게다가 벤자민은 올 시즌 삼성전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삼성 타자들은 이 좌완의 공을 처음 보게 되고, 궤적에 익숙해지기까지 몇 타석은 필요할 것이다.
정리하면 페덱은 6회까지, 벤자민은 5회 초중반까지 막는 그림이 가장 자연스럽다. 이닝 소화는 페덱이 앞서지만, 오늘 조건에서의 기대치는 벤자민 쪽이 조금 더 높다. 두 선발 모두 이닝당 출루 허용이 적고 피홈런도 적은 유형이며, 경기가 열리는 곳이 잠실이다. 삼성 타선이 한 번 몰아칠 가능성을 감안해도 총득점은 7점 안팎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