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
kt는 로건, 삼성은 신인 장찬희를 4차전 선발로 냈습니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t가 오히려 1승 2패로 몰렸고, 삼성은 이 경기를 잡으면 우승 문턱에 섭니다. 두 선발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이 경기를 읽기 시작해야 합니다.
로건은 6월 대체 외국인으로 합류해 정규시즌 17경기 평균자책점 3.59를 남겼습니다. 최근 세 차례 선발은 기복이 심했습니다. 9월 23일 NC전은 5이닝 5실점, 9월 29일 KIA 원정은 3이닝 동안 홈런 세 개를 맞고 5실점이었습니다. 그 뒤 10월 5일 롯데전에서는 8이닝 1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최고 투구를 했습니다. 구위가 가장 올라온 시점에 선발 등판이 끊겼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강철 감독은 좌타자가 많은 삼성 타선을 겨냥해 로건을 원포인트 불펜으로 쓰려 했습니다. 하지만 1차전에서 ⅓이닝 2실점으로 흔들리자 보직을 선발로 되돌렸습니다. 33일 만의 선발 등판이라 길어야 5이닝 남짓으로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전날 소형준도 선발 공백 뒤 2회까지 볼넷 다섯 개를 내주고 무너졌는데, kt 벤치로서는 그 장면이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 기록도 편하지 않습니다. 정규시즌 두 차례 11⅔이닝 동안 6실점했습니다. 6월 27일에는 6이닝 2실점으로 버텼지만 8월 29일에는 5⅔이닝 4실점이었습니다. 구자욱이 4타수 3안타, 김영웅이 3타수 2안타, 김성윤이 4타수 2안타로 로건 공을 잘 쳤습니다. 피홈런은 9이닝당 1개를 조금 넘어 장타를 잘 막는 투수는 아닙니다. 볼넷 비율은 리그 평균 수준이라 제구가 약한 편은 아닙니다. 다만 평균자책점에 비해 수비 무관 지표가 4점대 초중반이라, 시즌 성적에 운이 따른 부분은 있습니다.
휴식 간격에 따른 차이가 큽니다. 4일 쉬고 나온 세 경기 평균자책점은 6.00이었고, 5일 휴식 일곱 경기는 3.38, 그보다 길게 쉬었을 때는 2.76이었습니다. 충분히 쉬면 좋아지는 유형이지만, 이번은 휴식이라기보다 실전 감각이 비어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홈보다 원정 성적이 낫고(원정 10경기 9이닝당 3.86실점), 낮 경기 네 번 선발에서는 9이닝당 2.88점만 내줬습니다. 오늘이 낮 2시 원정 경기라는 점은 로건에게 유리합니다.
장찬희는 2007년생 고졸 신인입니다. 고졸 신인의 한국시리즈 선발은 19년 만입니다. 41경기 76이닝 평균자책점 4.50인데, 선발 9경기만 떼면 5.26으로 구원 등판(3.68)보다 확연히 나쁩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선발로 던진 경기는 6월 26일 kt전 5이닝 1실점이었습니다. 그 뒤 선발 등판은 10월 6일 불펜데이의 2⅔이닝 43구가 전부입니다. 최근 세 번의 정상 선발도 6월 12일 5⅓이닝 4실점, 6월 20일 3⅓이닝 6실점, 6월 26일 5이닝 1실점으로 들쭉날쭉했습니다. 9이닝당 피홈런이 1.66개인 뜬공 투수라 대구 구장에서는 장타 위험이 따라붙고, 볼넷 비율도 로건보다 높습니다. kt를 상대로는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7.20이었고, 10월 11일에는 아웃 하나 잡지 못하고 3실점했습니다.
그래도 1차전 구원 2이닝에서 보여준 공격적인 투구가 박진만 감독의 마음을 샀습니다. 박 감독은 "나이는 어려도 마운드에서 제일 씩씩하게 던졌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길게 던지면 좋겠지만 불펜 총동원"을 예고했습니다. 홈과 원정 차이는 거의 없고(9이닝당 5.00 대 5.18), 낮 경기 성적이 밤보다 나빴습니다. 시즌 최다 투구가 43구 안팎이고 나흘 전에 32구를 던졌으니, 3이닝 언저리에서 마운드를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선발 이닝만 놓고 보면 kt가 앞섭니다. 로건이 5이닝 가까이 버티면 kt 불펜은 4이닝 정도만 맡으면 됩니다. 반면 삼성은 4회부터 6이닝 가까이를 불펜으로 메워야 합니다.
총평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타자 친화 구장입니다. 정규시즌 대구 경기의 평균 총점은 10점대 중반이었고, 낮 경기는 11점대로 더 높았습니다. 3차전은 한 자릿수 기온에 바람까지 강한 야간 경기였지만, 오늘은 맑은 낮 경기라 타구가 뻗기 좋은 조건입니다. kt는 원정 45승 3무 25패, 삼성은 홈 43승 1무 29패로 둘 다 이 조건에서 강했습니다. 정규시즌 맞대결은 삼성이 9승 7패, 대구에서 6승 3패로 앞섰습니다.
승부는 이닝 구조에서 갈립니다. kt는 로건이 5이닝 안팎을 버티고 계투진을 거쳐 박영현으로 끝내는 그림을 그립니다. 삼성은 장찬희가 3이닝을 막고 중간 투수들이 이어 던진 뒤 필승조로 넘기는 그림입니다. 장찬희의 선발 성적과 kt 상대 기록, 장타 허용 성향을 보면 kt는 초반이나 삼성 필승조가 나오기 전 중간 이닝에 점수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로건의 33일 선발 공백과 삼성 좌타자들의 좌완 상대 강세는 kt에게 분명한 위험입니다. 삼성 불펜이 가을 페이스를 그대로 이어 간다면 결과가 뒤집힐 수 있을 만큼 팽팽한 경기입니다.
그래도 벼랑 끝에 선 kt가 시즌 내내 보여준 원정 경쟁력과 득점력, 그리고 선발 이닝 우위를 근거로 kt에 조금 더 무게를 둡니다. 총점은 기준점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아주 근소하게 높게 봅니다. 양 팀 선발 모두 길게 던질 유형이 아니고, 대구의 낮 경기라는 환경도 득점 쪽에 힘을 보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