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매치업
IBK기업은행은 세 시즌째 함께하는 빅토리아를 축으로 판을 다시 짰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아포짓에서 득점을 몰아주는 구조였지만, 마나베 감독은 빅토리아를 왼쪽으로 옮겼습니다. 일본 대표 출신 아시아쿼터 미와는 리시브 비중이 큰 아웃사이드 히터로 세웠고, 오른쪽은 미들블로커 출신 최정민이 맡습니다. 빅토리아가 리시브 부담을 덜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구성의 핵심입니다. 빅토리아는 지난 두 시즌 동안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꾸준함을 증명한 해결사입니다. 그래서 개막전처럼 긴장된 무대에서 득점 계산이 먼저 서는 쪽은 IBK기업은행입니다.
현대건설은 사실상 다른 팀이 됐습니다. 지난 시즌 팀 득점 상위 세 명이 모두 빠졌고, 그 자리를 아시아쿼터 메가와 외국인 아웃사이드 히터 조던이 채웠습니다. 메가는 정관장 시절 두 시즌 동안 리그 최상위 공격력을 보여 준 검증된 거포입니다. 공을 많이 받을수록 위력이 커지는 유형입니다. 변수는 조던입니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 키가 가장 작고, 공격보다 리시브와 수비로 균형을 잡아 주길 기대받고 영입됐는데 아직 그 역할에 확신을 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매치업은 메가 한 명의 폭발력과 빅토리아·미와·최정민으로 나뉜 화력의 대결입니다. 상대 서브가 메가로 가는 첫 패스를 얼마나 흔드느냐가 승부를 가릅니다.
서브와 리시브 싸움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둬야 할 지점입니다. 현대건설의 공격은 메가에게 쏠릴 수밖에 없고, 메가에게 좋은 공을 올리려면 조던과 리베로 김연견이 첫 패스를 버텨야 합니다. IBK기업은행 서버들은 조던 쪽을 집요하게 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던의 패스가 네트에서 멀어지면 김다인은 빠른 토스를 포기하고 메가에게 높게 띄우는 공을 택하게 됩니다. 그러면 IBK기업은행 블로커들은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IBK기업은행의 2인 리시브는 양날의 검입니다. 리그 최정상급 리베로 임명옥과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 미와 두 명이 코트 대부분을 책임지는 방식입니다. 상대는 임명옥을 피해 미와 한 명에게 서브를 몰아넣는 전략을 쓸 것이 분명합니다. 미와가 버티면 빅토리아와 최정민이 마음껏 스윙할 수 있지만, 미와가 흔들리는 로테이션에서는 연속 실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현대건설은 새 멤버가 많아 강한 서브를 꾸준히 넣을 수 있을지 아직 의문입니다. 상대 분석에 공을 들이는 마나베 감독 쪽의 준비가 더 촘촘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세터 운영과 공격 루트
세터 이름값만 보면 현대건설이 앞섭니다. 김다인은 국가대표 주전 세터이고, 여자부 최고 대우로 재계약한 야전사령관입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일정 때문에 조던·메가와 손발을 맞춘 기간이 짧았고, 본인도 실전을 치르며 맞춰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효진이라는 확실한 중앙 카드가 사라지면서, 리시브가 흔들릴 때 김다인이 기댈 곳은 사실상 메가의 오픈 공격뿐입니다. 상대가 이를 알고 있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조던의 중앙 후위 공격으로 분배를 넓히겠다는 구상이 개막전부터 매끄럽게 돌아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IBK기업은행은 세터가 오랜 숙제입니다. 마나베 감독은 김하경보다 박은서에게 주전 기회를 더 많이 줬습니다. 전체 1순위로 뽑은 장신 세터 오드리 박은 지명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데뷔를 앞두고 있어, 짧은 교체 투입 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도 리시브만 정리되면 빅토리아·최정민·미와에 이주아의 속공까지 고르게 쓸 수 있어 하이볼에만 의존할 이유가 적습니다. 리시브가 흔들릴 때도 빅토리아라는 하이볼 해결사가 있다는 점에서, 위기 관리 능력은 IBK기업은행 쪽이 낫습니다.
높이와 수비, 범실
현대건설의 강점이던 블로킹은 이번 시즌 분명히 약해졌습니다. 오랫동안 중앙을 지키던 기둥이 빠진 자리를 배유나와 김희진이 맡는데, 배유나는 높이보다 경험과 위치 선정으로 승부하는 선수입니다. 빅토리아의 고타점 공격을 정면으로 막을 높이가 부족하다는 뜻이고, 결국 수비 위치를 잡아 걷어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IBK기업은행은 이주아와 김채연이 중앙을 지키고, 최정민이 오른쪽에서 블로킹 높이를 보탭니다. 메가의 한 박자 빠른 공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블로커 손에 맞혀 공을 띄운 뒤 반격하는 장면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범실은 서브와 공격을 나눠 봐야 합니다. 서브 범실은 양 팀 모두 개막전 긴장 속에 공략 서브를 강하게 넣다 보면 적지 않게 나올 것이고, 큰 차이는 없을 전망입니다. 차이가 나는 쪽은 공격 범실입니다. 호흡이 덜 맞은 현대건설은 토스 높이와 타이밍이 어긋나 무리하게 때리는 장면이 나올 위험이 큽니다. 시즌 첫 경기의 이런 범실은 세트 후반 승부처에서 치명적입니다. IBK기업은행은 임명옥을 중심으로 한 수비 조직이 이미 한 시즌을 함께해, 디그 이후 반격 전환에서도 우위가 예상됩니다.
일정·체력·홈원정
두 팀 모두 이번이 시즌 첫 경기라 체력 변수는 사실상 없습니다. 대신 실전 감각과 조직력이 변수이고, 새 얼굴이 훨씬 많은 쪽은 현대건설입니다. IBK기업은행은 화성 홈에서 첫 경기를 치릅니다.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후보로 집중 견제를 받을 만큼 기대가 높아진 상태라, 홈 팬 앞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우려는 동기도 강합니다. 수원과 화성은 가까워 원정 이동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 두 팀의 맞대결은 풀세트 승부가 여러 번 나올 만큼 박빙이었고, 이번 경기의 세트 수를 판단할 때도 참고할 만합니다.
총평
전력 변화의 폭과 조직력 완성도를 함께 놓고 보면 IBK기업은행의 우세가 맞습니다. 빅토리아·미와·최정민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비시즌 내내 같은 감독 아래서 준비했고, 서브로 노릴 대상이 분명한 상대를 만납니다. 현대건설은 메가의 개인 능력으로 세트 하나 정도는 가져갈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던의 리시브와 김다인과의 호흡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네 세트 이상을 버티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언오버는 세트 수에서 답이 나옵니다. 3-0으로 끝나면 기준점 182.5에 한참 못 미칩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첫 경기라 기복이 크고, 메가의 화력이 살아나는 세트에서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이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3-1이라도 한 세트가 듀스로 흐르거나 진 팀이 세트마다 20점 이상을 꾸준히 쌓으면 기준점을 넘고, 지난 시즌처럼 풀세트로 번지면 넉넉한 오버입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IBK기업은행이 초반 한 세트를 내준 뒤 서브 공략이 통하면서 흐름을 가져오는 그림입니다. 예상 세트스코어는 IBK기업은행의 3-1 승리이고, 그중 한 세트는 듀스 접전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