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격: 사실상 단판 승부
오늘 저녁 7시 진남체육관에서 열리는 A조 최종전은 사실상 조 2위 결정전입니다. 흥국생명이 2승으로 준결승을 이미 확정했고, IBK기업은행과 정관장은 나란히 1승 1패입니다. SOOP이 흥국생명을 잡는 이변이 나와도 이 경기 승자는 2승 1패가 되므로, 이기는 팀이 그대로 4강에 오릅니다. 두 팀 모두 선수를 아낄 이유가 없어 처음부터 총력전이 예상됩니다.
IBK기업은행: 화력은 우위, 빅토리아 컨디션이 변수
마나베 감독 체제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첫 경기에서 SOOP을 3-0(25-21 25-16 25-19)으로 꺾었고, 빅토리아 15점, 최정민 14점이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흥국생명전은 2-3(24-26 19-25 25-20 25-16 13-15)으로 졌지만 내용은 오히려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0-2로 끌려가다 3·4세트를 연달아 따냈고, 5세트에서도 1-6까지 밀렸다가 12-13까지 쫓아갔습니다. 최정민은 25점을 올리며 중앙과 측면을 오갔습니다.
걱정거리는 주포 빅토리아입니다. 흥국생명전에서 11점, 공격성공률 36%에 그쳤습니다. 3·4세트에는 아예 빠졌고, 5세트에는 원포인트 블로커로만 들어왔습니다. 부상은 아니고 경기 초반부터 효율이 떨어졌던 것이라 반등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빅토리아를 빼고 육서영과 세터 김하경을 투입한 뒤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최정민, 미와, 이주아로 이어지는 국내·아시아쿼터 조합만으로도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가장 확실한 무기는 서브입니다. 흥국생명은 이 경기에서 범실을 30개나 쏟아냈는데, 상대 감독도 IBK의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렸다고 인정했습니다. 반면 체력은 불리합니다. 13일 저녁 풀세트 경기를 치르고 하루만 쉬고 다시 코트에 섭니다.
정관장: 주포 공백 속 종휘 의존, 접전에서 흔들리는 리시브
정관장은 비시즌 혼란이 컸습니다. 고희진 전 감독이 자진 사퇴했고, 권순찬 감독은 6일에야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여기에 주포 부키리치가 왼쪽 종아리 근육 부분 파열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합니다.
그래서 공격은 아시아쿼터 종휘에게 쏠려 있습니다. SOOP전에서 블로킹 4개를 포함해 21점을 올렸지만, 이 경기는 할인해서 봐야 합니다. 당시 SOOP은 외국인 주포 오드리아나와 주전 세터가 빠진 상태였습니다. 흥국생명전에서는 박혜민과 종휘가 14점씩, 박은진 12점, 이선우 10점으로 득점은 고르게 나눴지만 확실한 해결사는 없었습니다.
가장 큰 약점은 점수가 붙었을 때 무너지는 리시브입니다. 흥국생명전 4세트에서 20-17로 앞서다 25-27로 뒤집혔습니다. 한 수 아래인 SOOP을 상대로도 23-19에서 내리 5점을 내줘 23-24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감독도 시소게임에서 리시브 범실이 나오고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함께 흔들린다고 짚었습니다. 그래도 두 경기 모두 1세트 출발은 좋았고, 신은지의 서브도 쏠쏠합니다. 13일 경기를 3세트로 짧게 끝내 휴식에서는 IBK보다 유리합니다.
매치업 핵심
공격 옵션의 숫자에서는 IBK가 확실히 앞섭니다. 빅토리아, 미와, 최정민, 육서영, 이주아까지 결정력을 갖춘 공격수가 고르게 있습니다. 정관장은 종휘가 막히면 공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승부를 가를 가장 중요한 지점은 IBK의 서브와 정관장의 리시브가 맞부딪치는 장면입니다. 흥국생명을 흔든 IBK의 목적타 서브가 정관장의 약점에 정확히 겨눠져 있습니다. 그 차이는 20점 이후 접전 구간에서 크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정관장이 세트를 따낼 여지도 분명합니다. IBK는 체력 부담을 안고 있고 빅토리아의 컨디션도 불확실합니다. 정관장은 두 경기 연속 첫 세트를 가져갈 만큼 출발이 좋았습니다. 초반 한 세트를 내주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열어둬야 합니다.
총점 177.5 기준 흐름
이번 대회 두 팀 경기의 총점을 보면 경기 길이에 따라 결과가 거의 정해집니다. 3-0 경기는 SOOP전 두 경기가 각각 131점, 126점으로 기준점과 거리가 멉니다. 4세트 경기인 정관장-흥국생명전은 184점, 5세트 경기인 IBK-흥국생명전은 208점이었습니다. 177.5는 세트 점수가 무난한 4세트 경기의 중간값 정도에 걸린 기준점입니다. 결국 3-0이면 언더, 5세트면 오버가 사실상 확정이고, 4세트일 때 각 세트가 얼마나 팽팽했는지가 승부를 가릅니다.
오버 쪽 근거부터 보겠습니다. 정관장은 이번 대회에서 세트 후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듀스로 끌려가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이런 흐름은 패배한 세트에서도 총점을 끌어올립니다. IBK 역시 빅토리아가 살아나지 않으면 초반 고전이 불가피하고, 그러면 경기가 길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두 팀 모두 탈락이 걸린 경기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오버에 힘을 보탭니다.
언더 쪽 위험도 분명합니다. IBK의 서브가 초반부터 통해 정관장 리시브가 일찍 무너지면 25-15 안팎의 일방적인 세트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세트가 두 개 이상 섞이면 4세트 경기라도 170점대 초반에 머뭅니다.
종합하면 4세트 이상 갈 가능성이 3-0으로 끝날 가능성보다 높고, 4세트 경기에서도 최소 한두 세트는 20점대 초반 이상의 접전이 예상됩니다. 오버 쪽으로 기울지만 확신이 강한 픽은 아니므로 비중은 중간 정도가 적절합니다.
총평
전력, 특히 외국인 주포의 유무와 서브-리시브 상성에서 IBK기업은행이 우세합니다. 다만 IBK의 체력 부담과 정관장의 강한 초반 출발을 감안하면 셧아웃보다는 한 세트를 내주고 이기는 그림이 현실적입니다. 빅토리아가 1세트부터 살아나면 3-0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 총점은 언더로 내려갑니다. 반대로 빅토리아가 다시 막히면 5세트 접전으로 흘러 오버가 확실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