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수 매치업
올 시즌 판도를 읽는 첫 열쇠는 외국선수 두 자리를 어떻게 채웠느냐다. 2쿼터와 3쿼터에 둘이 함께 뛸 수 있게 되면서 대부분의 팀이 빅맨 두 명으로 높이를 쌓았는데, 창원 LG는 다른 길을 갔다. 골밑은 재계약한 마레이에게 그대로 맡기고 남은 한 자리를 가드 굿윈으로 채웠다. 두 선수는 예전에 프랑스 리그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라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거의 들지 않았고, 그 효과가 개막전에서 바로 나왔다. 마레이는 14점 14리바운드에 어시스트 8개를 얹으며 골밑에서 공격을 풀어 주는 역할까지 해냈고, 굿윈은 25분만 뛰고도 25점을 쓸어 담았다.
수원 KT는 정반대 그림이다. KBL을 이미 겪어 본 배스에게 공격의 큰 몫을 맡기는 구조이고, 개막전에서도 배스가 37분 동안 35점 11리바운드를 책임졌다. 포터는 22분 동안 리바운드 11개를 걷어내며 궂은일을 해 줬지만 득점은 6점에 머물렀다. 배스가 막히는 순간 공격이 통째로 식을 수 있는 팀이다.
두 명이 동시에 서는 2·3쿼터만 떼어 놓고 보면 수원 KT가 숨을 고를 수 있는 구간이다. 배스와 포터가 함께 서면 사이즈에서 밀릴 이유가 없고, 창원 LG는 굿윈이 외곽에 머무는 만큼 리바운드 싸움을 마레이 혼자 감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명만 뛰는 4쿼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창원 LG는 마레이로 골밑을 잠글지, 굿윈에게 공을 쥐여 줄지 상황을 보고 고를 수 있다. 수원 KT의 답은 배스 하나뿐이고, 이틀 전 37분을 뛴 선수가 막판까지 같은 폭발력을 낼 수 있느냐가 승부처의 질문으로 남는다.
프론트 코트와 백코트의 상성
수원 KT가 기댈 곳은 프론트 코트의 리바운드다. 개막전에서 배스와 포터, 문정현 세 명이 나란히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잡았다. 하윤기가 11분밖에 뛰지 않았는데도 제공권에서 밀리지 않았으니, 하윤기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 골밑 무게는 더 실린다. 창원 LG는 양홍석이 자기보다 큰 상대를 맡아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 텐데, 여기서 공격 리바운드를 내주기 시작하면 점수 차를 벌리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백코트는 반대로 창원 LG 쪽으로 기운다. 마레이가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잡으면 양준석과 굿윈이 양쪽에서 동시에 움직이는데, 둘 다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선수라 한쪽만 막아서는 답이 안 나온다. 수원 KT 가드진은 이 움직임을 40분 내내 따라다녀야 한다. 강성욱은 개막전에서 3점슛 10개를 던져 1개만 넣었을 만큼 슛 감이 좋지 않았다. 강성욱의 진짜 무기는 속공 전개이고, 팀도 올 시즌 과제로 속공 마무리의 정확도를 꼽았다. 그런데 마레이가 수비 리바운드를 확실히 걷어내는 팀을 상대로는 달릴 기회 자체가 많지 않을 수 있다. 수원 KT는 높이로 벌어 온 것을 외곽에서 까먹지 않아야 하고, 창원 LG는 가드진의 우위가 골밑 열세에 묻히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경기다.
국내 선수와 벤치
국내 선수 구성은 창원 LG가 한 수 위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던 전력의 큰 틀이 그대로 남아 있고, 비시즌 내내 화두였던 양홍석과 타마요의 공존도 첫 경기에서는 무난하게 풀렸다. 양홍석이 31분 동안 22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공격의 중심을 잡았고, 아직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인 타마요는 20분만 뛰면서 12점을 보탰다. 타마요의 출전 시간은 경기를 치를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양준석은 15점에 3점슛 5개 중 3개를 꽂으며 경기 운영과 외곽을 함께 책임졌고, 윤원상과 최형찬, 정인덕이 뒤를 받치는 로테이션도 안정적이다.
수원 KT에서는 옥존이 눈에 띈다. 22분 동안 11점, 3점슛 5개 중 3개를 넣어 개막전에서 외곽 감각이 살아 있던 거의 유일한 선수였다. 반대로 전성현은 3점슛 9개를 던져 1개만 넣었다. 슈터가 한 경기에 이 정도로 빗나가는 일은 흔치 않고, 두 경기 연속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문정현은 득점이 5점에 그쳤지만 리바운드 10개로 궂은일을 도맡았고, 정창영과 서민수가 벤치에서 시간을 나눠 가진다. 벤치 두께는 창원 LG가 앞서지만, 수원 KT는 옥존과 전성현 둘 중 한 명만 터져도 경기 양상이 달라지는 구성이다.
공수 흐름
수원 KT의 개막전 76-81 패배는 스코어보다 내용을 봐야 한다. 3점슛을 37개나 던져 8개만 넣었다. 그렇게 안 들어가고도 5점 차로 끝났다는 건 리바운드와 수비로 버텼다는 뜻이고, 슛이 평소만큼만 들어갔어도 결과가 뒤집혔을 경기다. 창원 LG는 원정에서 103-68로 크게 이겼다. 3점슛 27개 중 11개가 들어갔고 다섯 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흠잡을 데 없는 경기였지만 35점 차는 매번 나오는 점수가 아니다. 한 팀은 바닥에 가까운 경기를, 다른 한 팀은 천장에 가까운 경기를 치르고 만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정은 큰 변수가 아니다. 수원 KT는 하루만 쉬고 나서지만 홈 2연전의 두 번째 경기라 이동이 없다. 창원 LG는 이틀을 쉬었다. 1라운드 아홉 경기를 전부 원정으로 치르는 일정이긴 해도 이번이 겨우 두 번째라 피로가 쌓일 시점은 아니다. 굳이 꼽자면 배스의 출전 시간 정도가 걸린다.
득점 환경은 확실히 달라졌다. 2·3쿼터에 외국선수 둘이 함께 뛰면서 리그 전체 득점이 올라갔고, 개막 첫 주 일곱 경기 가운데 다섯 경기가 기준점을 넘겼다. 지난 시즌 숫자를 그대로 가져와 이번 기준점과 견주면 안 되는 이유다. 창원 LG의 개막전은 171점이 나왔고 수원 KT의 개막전은 157점에 그쳤는데, 후자는 3점 난조가 만든 숫자에 가깝다. 수원 KT의 외곽이 정상 범위로만 돌아와도 총점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총평
전력의 완성도는 창원 LG가 앞선다. 외국선수 조합의 짜임새, 가드진, 벤치 두께 모두 한 발씩 위에 있고 4쿼터에 꺼낼 카드도 더 많다. 승리는 창원 LG 쪽으로 본다.
7.5점은 얘기가 다르다. 개막 첫 주에는 직전 경기의 인상이 기준에 크게 반영되기 마련인데, 대승을 거둔 팀과 슛 난조로 진 팀이 만나면 그 간격이 실제 전력 차보다 벌어지기 쉽다. 수원 KT는 홈에서 이동 없이 경기를 치르고, 2·3쿼터에는 높이로 버틸 수 있으며, 외곽이 개막전보다 나빠지기는 어렵다. 배스가 4쿼터 초반까지만 버텨 준다면 한 자릿수 점수 차에서 끝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 총점은 리그 전반의 득점 흐름과 수원 KT의 3점 반등 여지를 감안해 기준점을 근소하게 넘기는 쪽에 무게를 둔다. 언오버는 핸디캡만큼 확신이 서는 구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