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발
오늘 주니치 마운드에는 오노 유다이가 오른다. 시즌 성적만 보면 주니치 선발진에서 가장 믿음직한 이름이다. 스무 번 모두 선발로 나와 경기마다 6이닝 이상을 꾸준히 책임졌고, 방어율도 2점대 초반이다. 반테린 돔에서는 더 단단했고, 이닝당 출루 허용이 1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라 볼넷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장면도 드물었다.
하지만 그 성적을 그대로 믿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있다. 오노는 원래 삼진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유형이 아니다. 그런데 올해는 주자를 내보내고도 잔루로 묶어 낸 장면이 유난히 많았고, 인플레이 타구 운도 크게 따랐다. 이 운이 조금씩 평균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가 이미 보인다. 최근 다섯 번 등판에서 30이닝 가까이 던지며 11점을 내줬다. 시즌 전체보다 실점이 뚜렷하게 늘었다. 직전 9일 요미우리전에서도 5이닝 4실점(2자책)으로 물러났다. 이번 등판은 11일 만의 마운드여서 초반 제구 감각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홈런 허용 빈도가 모리보다 높다는 점도 한 방에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불씨다.
히로시마 상대 성적은 올해 다섯 경기 30이닝 넘게 던져 8실점으로 좋았다. 하지만 반테린 돔에서 치른 세 경기만 따로 보면 20이닝 가까이 던지며 6점을 내줘 전체 맞대결보다 한결 많이 맞았다. 무엇보다 좌타자에게 우타자보다 확실히 약하다. 히로시마는 좌타자를 네 명 배치할 수 있는 팀이다. 오노의 가장 약한 고리를 정면으로 건드릴 수 있는 구성이다.
히로시마 선발 모리 쇼헤이는 열다섯 번 모두 선발로 나와 평균 5이닝 중반을 던졌고, 방어율은 3점대 초반이다. 원정 여섯 경기에서는 방어율이 4점대로 올라갔지만, 오늘 경기에서 더 눈여겨볼 기록은 따로 있다. 저녁 경기에서 13경기 76이닝을 던지며 3점대 초반으로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 왔다는 점이다. 원정 표본보다 두 배 넘게 큰 기록이고, 오늘이 바로 야간 경기다. 올해 가장 큰 무기는 홈런 억제다. 9이닝당 홈런 허용이 0.4개 수준이어서 장타 한 방에 무너진 경기가 드물다. 좌우 타자 상대 피안타율 차이도 거의 없다. 주니치가 우타자를 여섯 명 세워도 그 편성으로 얻는 이득은 크지 않다.
최근 다섯 경기에서는 27이닝 남짓 던지며 12점을 내줬고, 직전 13일 야쿠르트전에서는 4이닝 2실점에 63구 만에 일찍 내려왔다. 대신 7일을 푹 쉬었기 때문에 어깨는 가볍다. 주니치 상대로는 7월 원정에서 4이닝 4실점으로 고전한 적이 있다. 다만 한 경기뿐인 기록이라 오늘 흐름을 단정할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이닝 소화력은 오노가 앞서지만, 오늘은 시즌 성적의 차이보다 최근 흐름과 경기 조건의 차이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2. 불펜
오늘 경기의 무게추가 가장 크게 기우는 곳이 불펜이다. 히로시마 불펜은 지금 리그에서 가장 뜨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일주일 동안 18이닝을 던지며 자책점이 단 1점이다. 마무리 모리우라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세이브를 올렸다. 타카는 2이닝 넘게 무실점으로 홀드 두 개를 챙겼고, 터녹도 2이닝 무실점에 홀드 두 개를 보탰다. 오세라와 엔도도 홀드를 기록하며 제 몫을 했다. 스기타와 아카기, 호리에까지 전부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했다. 이틀 연속 등판한 투수가 한 명도 없어 오늘은 전원 대기가 가능하다. 모리가 5이닝만 버텨 준다면 6회부터 9회까지는 히로시마가 가장 자신 있는 투수들로 이어 던질 수 있다. 리드를 잡고 8회와 9회를 맞는다면 타카와 터녹, 모리우라로 이어지는 뒷문이 쉽게 뚫리지 않을 것이다.
주니치 불펜은 어제 요미우리전 1대14 대패의 상처가 크다. 불펜이 4이닝 남짓 던지며 9자책을 기록했다. 아브레유는 2이닝 동안 56구를 던지며 6점을 내줘 오늘은 사실상 쓸 수 없다. 콘도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3점을 내줬다. 스기우라는 27구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전날 길게 던진 만큼 오늘은 짧게 끊어 써야 한다. 시즌 전체 구원 방어율도 주니치가 3점대 후반으로 히로시마보다 높다.
물론 주니치 뒷문 자체는 살아 있다. 마무리 마츠야마는 최근 일주일 2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 두 개를 올렸고, 사이토와 모리 히로토도 무실점으로 홀드를 챙겼다. 하시모토 역시 연투가 아니어서 대기할 수 있다. 다만 이 필승조는 주니치가 앞서고 있을 때 빛을 보는 카드다. 오노가 초반에 흔들려 일찍 내려가거나 경기가 끌려가면, 어제 무너진 추격조가 중간 이닝을 떠안아야 한다. 오늘 주니치의 가장 큰 약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3. 타격
이름값은 주니치 라인업이 확실히 무겁다. 후쿠나가, 무라마츠, 호소카와, 사노, 이시카와로 이어지는 상위 다섯 명은 시즌 생산력으로 보면 리그 상위권이다. 하지만 지금 방망이는 차갑게 식어 있다. 5번 이시카와는 최근 6경기에서 안타를 거의 치지 못했고, 3번 호소카와도 1할 중반에 그친다. 1번 후쿠나가와 2번 무라마츠 역시 흐름이 꺾였다. 중심 타선에서 장타를 기대할 만한 타자는 최근 6경기 3할 가까이 치고 있는 사노 정도다. 하위 타선의 이시이와 오카바야시가 뜨겁지만, 상위 타선이 막히면 득점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좌완 상대 성적이다. 주니치의 최근 5경기 좌완 상대 타율은 1할 중반까지 떨어졌고, 장타율도 크게 주저앉았다. 오늘 상대는 좌완 모리이고, 그것도 저녁 경기에서 강했던 모리다. 최근 5경기 득점은 12점, 직전 경기는 1점에 그쳤다. 이름값과 실제 흐름 사이의 차이가 큰 라인업이다.
히로시마 타선은 무게감은 덜하지만, 오늘 경기에 맞는 무기를 갖고 있다. 가장 뜨거운 타자는 5번 사사키다. 최근 6경기 4할대 후반을 치며 오늘 히로시마 공격의 열쇠를 쥐고 있다. 3번 나카무라와 8번 가쓰타도 흐름이 올라오고 있고, 2번 기쿠치는 꾸준히 출루로 밥상을 차려 준다. 4번 사카쿠라는 최근 컨디션이 내려왔지만, 팀에서 가장 확실한 장타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핵심은 좌타자다. 오노는 좌타자에게 확실히 약하고, 히로시마는 사토, 사카쿠라, 가쓰타 같은 좌타자를 촘촘히 배치할 수 있다. 히로시마 역시 최근 좌완 상대로 고전해 왔고, 최근 5경기 득점이 7점에 그친 데다 직전 경기에서는 영봉패를 당했다. 그래서 초반부터 대량 득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노가 흔들리는 순간 좌타자들의 타석에서 연결이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노가 내려간 뒤 주니치의 헐거워진 중간 계투를 만나게 되면, 식었던 방망이가 한꺼번에 살아날 여지가 충분하다.
4. 총평
반테린 돔은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지만, 고시엔이나 도쿄돔만큼 점수가 말라붙는 곳은 아니다. 올해 이 구장의 경기당 총득점은 기준점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두 팀이 이곳에서 맞붙은 열한 경기 가운데 아홉 경기가 7점 이상으로 끝났다. 이 카드만큼은 반테린 돔에서도 꾸준히 점수가 났다는 뜻이다. 히로시마의 원정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오늘은 그 약점보다 당일 조건이 더 선명하게 히로시마 쪽을 가리킨다.
승부는 히로시마 쪽으로 본다. 오노는 시즌 성적에 비해 최근 실점이 늘고 있고, 11일 만의 등판이라는 변수까지 안고 있다. 좌타자에게 약한 약점도 히로시마 라인업과 정면으로 맞물린다. 반면 모리는 저녁 경기에서 꾸준히 안정적이었고, 뒤에는 최근 일주일 거의 실점이 없는 불펜이 전원 대기 중이다. 주니치는 어제 무너진 중간 계투와 좌완 상대로 식어 버린 상위 타선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경기 중반 이후 불펜 싸움으로 넘어가는 순간 히로시마가 흐름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언오버는 오버를 예상한다. 오노의 흔들리는 최근 흐름과 긴 공백, 주니치 중간 계투의 공백이 실점 가능성을 키운다. 주니치도 사노와 하위 타선의 이시이를 앞세워 모리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몇 점은 따라붙을 수 있다. 두 팀이 이 구장에서 만날 때마다 7점 이상이 꾸준히 나왔다는 흐름까지 더하면, 히로시마 5점과 주니치 3점 안팎의 경기로 기준점 6.5는 넘어설 것으로 본다.
히로시마 승리 · 기준점 6.5 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