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매치업, 둘 다 왼손이라는 점이 오늘의 축
주니치는 밀러, 한신은 이토가 마운드에 오른다. 둘 다 왼손이라는 점이 오늘 경기의 성격을 거의 다 설명해 준다.
밀러는 올 시즌 열일곱 차례 선발로 나가 실점 억제력이 2.9 언저리, 초반 이닝 자책은 2.66으로 붙잡아 왔다. 눈여겨볼 대목은 홈보다 원정에서 더 낫다는 점이다. 홈 여덟 경기가 2.89인 데 비해 원정 아홉 경기는 2.44로, 낯선 구장에서 오히려 흔들림이 적었다. 오늘이 그 원정이다. 최근 다섯 경기로 좁히면 2.18까지 내려간다. 다만 수비 무관 지표가 3.11로 실제 자책 2.66보다 높게 잡히고, 주자를 두고 막아낸 비율도 평균을 훌쩍 웃돈다. 실점 억제가 순수한 구위만의 산물은 아니라는 뜻이고, 표면 기록을 그대로 믿기보다 3점 초반의 기대 실점을 잡아 두는 편이 안전하다. 직전 등판이 9월 5일이라 아흐레를 쉬고 나온다. 회복은 충분하지만 실전 간격이 길었던 만큼 초반 제구가 잡히기까지 한두 이닝 정도의 관찰 구간은 필요하다. 이닝 소화 자체는 여섯 이닝 안팎을 꾸준히 채워 온 유형이다.
이토는 표본이 아홉 경기로 밀러의 절반 남짓이지만 홈과 원정의 낙차가 극단적이다. 고시엔에서 세 차례 선발로 나가 열여덟 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이 없었고, 반대로 원정 여섯 경기에서는 4.18로 무너졌다. 시즌 전체 실점이 3.13인데 초반 이닝 자책은 2.54로 더 낮다는 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경기 초반에 상대를 눌러 놓고 들어가는 유형이라는 얘기다. 세 경기 열여덟 이닝은 결론을 내기엔 작은 표본이라 액면 그대로 쓸 수는 없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최근 다섯 경기 기준으로는 3.08로 무난하다. 걸리는 건 등판 간격이다. 직전 등판이 9월 3일로 열하루를 쉬었고, 시즌 선발 횟수 자체가 적어 투구 수 관리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오늘 이토가 여섯 이닝을 넘겨 끌고 가기보다 다섯 이닝에서 100구 전후로 끊길 그림을 먼저 상정해 두는 게 현실적이다.
두 선발의 기대 실점 차이는 크지 않다. 오히려 홈 이점을 감안하면 이토 쪽이 미세하게 앞선다. 다만 밀러가 더 깊은 이닝을 감당해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뒤에서 다룰 불펜 부담과 직결된다.
불펜, 8회를 누가 넘기느냐에서 갈린다
최근 이레 동안의 사용량부터 대비가 뚜렷하다. 주니치 불펜은 272구를 던지며 14이닝 넘게 소화했고, 한신은 126구에 7이닝 남짓으로 절반 수준이다. 선발이 길게 버텨 준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주니치는 뒷문이 확실하다. 마츠야마가 세이브 스물여덟에 방어율 1.60으로 9회를 책임지고 있고, 최근에도 24구로 두 이닝을 무실점 처리했다. 문제는 그 앞이다. 홀드 스물세 개를 쌓은 요시다가 최근 이레 동안 31구를 던져 1과 3분의 1이닝에 2자책을 기록했다. 8회를 맡아야 할 자원이 최근 등판에서 실점을 안고 내려온 셈이다. 그 외에 아브레유가 70구로 세 이닝을 던지며 1자책, 스기우라가 39구 두 이닝 무실점, 사이토가 26구 두 이닝 무실점에 홀드 하나, 하시모토가 28구 1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으로 뒤를 받친다. 모리는 이틀 연속 등판으로 오늘은 빠진다고 보는 게 맞다. 남은 여섯 명으로도 인원 자체는 충분하고 최근 사흘 구간은 실점이 아예 없었지만, 시즌 전체를 길게 보면 구원진 실점이 3.6대라 밑바닥이 두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신은 반대다. 도리스가 세이브 열아홉에 방어율 1.67로 9회를 지키고 최근에도 16구 한 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8회는 방어율 1.09의 쿠도가 18구 한 이닝 무실점에 홀드를 챙겼다. 이와자키가 15구 한 이닝, 오오카와가 12구 한 이닝, 이시이가 7구 한 이닝을 전부 무실점으로 넘겼다. 최근 이레 동안 한신 불펜이 내준 2자책은 전부 키노시타에게서 나왔는데, 그가 58구를 던지며 이틀 연속 등판을 소화한 터라 오늘은 제외하고 계산해야 한다. 그를 빼고 남는 다섯 명은 최근 등판에서 실점이 하나도 없다. 시즌 구원 실점도 2점대 초반이고 최근 열 경기로 좁히면 1점대 중반까지 내려간다.
정리하면 9회는 양쪽 다 믿을 만하지만, 팀이 앞서 있을 때의 8회는 한신 쪽이 훨씬 안정적이다. 주니치가 리드를 잡더라도 8회에 한 번 출렁일 여지를 남겨 둔 반면, 한신은 선발이 다섯 이닝에서 내려와도 남은 넉 이닝을 실점 없이 이어 붙일 조합이 갖춰져 있다.
타격, 두 팀 다 얼어붙었고 한신이 더 심각하다
주니치 타선은 최근으로 올수록 힘이 빠졌다. 팀 타율이 .231에서 .216으로, 장타력은 .353에서 .281로 내려앉았다. 주전 아홉 명의 최근 여섯 경기 타율은 .186에 머물고, 최근 열 경기 득점 합계는 서른 점으로 경기당 세 점꼴이다.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는 타율 .241에 장타 .384였던 것이 최근 .250에 .344로 바뀌었다. 타율은 오히려 유지됐는데 장타만 빠졌다는 뜻이고, 단타로 주자를 쌓아도 불러들일 한 방이 없다는 얘기다. 직전 경기 타순을 보면 후쿠모토가 .429로 뜨겁고 후쿠나가 .278, 이시카와 .264, 무라마츠 .259, 이시이 .255로 중하위가 받쳐 주지만, 정작 클린업이 문제다. 3번 호소카와가 .232, 4번 보슬러가 .191에 머물러 있다. 오카바야시도 .232로 흐름이 좋지 않다. 중심에서 장타가 나오지 않는 구조라 대량 득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한신은 더 나쁘다. 팀 타율이 .247에서 .169로 주저앉았고 장타력도 .372에서 .256으로 급락했다. 주전 아홉 명의 최근 여섯 경기 타율은 .127에 불과하고, 최근 두 경기는 연속으로 득점이 없었다. 최근 열 경기 합계도 스물일곱 점으로 주니치보다 적다. 문제는 오늘 상대가 왼손이라는 점이다. 한신의 왼손 투수 상대 성적은 원래 타율 .263에 장타 .392로 준수했는데, 최근 구간에서는 .172에 .259로 무너졌다. 냉각의 진원지가 정확히 오늘 마주할 유형이라는 뜻이다.
시즌 누적으로만 보면 타선의 질은 한신이 위다. 사토가 .321로 중심을 잡고 모리시타가 .298로 뒤를 받치며, 치카모토와 나카노가 나란히 .280으로 테이블세터를 구성한다. 오야마도 .277로 무게가 있다. 다만 마에카와 .227, 사카모토 .205로 하위 타선이 헐겁고, 모토야마가 .252로 겨우 이어 주는 정도다. 이름값과 현재 컨디션의 괴리가 이렇게까지 벌어진 구간에서는 누적 지표보다 눈앞의 두 경기 무득점이 더 정확한 신호다.
총평
고시엔은 리그 열두 개 구장 가운데 득점이 가장 억제되는 곳이다. 올 시즌 이 구장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5.5 아래이고 리그 중앙값보다 낮다. 최근 열 경기로 좁히면 4.2까지 떨어진다. 열 경기 중 여섯 경기 이상이 기준선 아래에서 끝났다는 뜻이고, 이번 시리즈만 봐도 세 경기가 3점, 4점, 1점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어제 같은 카드가 단 1점짜리 경기였다는 사실이 가볍지 않다.
두 선발의 기대 실점을 더하고 불펜과 타격을 얹으면 산술적으로는 두 팀 합계가 6점대 초반으로 나온다. 표면상 기준선 위지만, 그 계산에는 이토가 고시엔에서 세 경기 열여덟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사실이 표본 부족을 이유로 빠져 있다. 오늘이 바로 그 고시엔이다. 이 부분을 되돌려 넣으면 합계는 5.8 언저리까지 내려온다. 여기에 구장 특성과 왼손을 상대로 얼어붙은 양 팀 타선, 그리고 이틀 연속 등판 자원을 뺀 뒤 오히려 더 깔끔해진 한신 불펜까지 겹치면 무게추는 분명하게 아래로 기운다.
승부 자체는 촘촘하다. 한신이 근소하게 앞서지만 격차는 반 점이 채 되지 않는다. 근거는 세 가지다. 이토의 고시엔 기록, 8회를 맡을 자원의 안정감, 그리고 이토가 일찍 내려오더라도 뒤를 메울 인원이 전원 무실점 상태라는 점이다. 반대로 주니치는 밀러가 원정에서 강하고 아흐레를 쉬어 구위가 올라와 있다는 점이 버팀목이지만, 8회에 요시다를 써야 하는 구조가 리드를 잡았을 때의 불안 요소로 남는다. 결국 3점을 넘기는 팀이 이기는 저득점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 3점을 먼저 채울 확률이 홈 팀 쪽에 아주 조금 더 있다고 본다.
한신 승리, 언더 5.5